본격 영업하신대서 영업하려고 정리했는데 꼭 보시라고 영업은 안하는 아날로그호러 장르 감상문:
유튜브를 중심으로 페이크 푸티지, 광고물, EAS(Emergency Alarm System)호러를 포괄하는 '70년대경의 비디오매체를 표방해 코스믹 호러물을 연출하는 스낵컬쳐'를 이르는 통칭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짧고 굵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제작자의 사전지식(중요)과 기획력, 무엇보다도 연출센스에 따라 퀄리티가 좌우되는 장르.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사소하고 이유모르게 불안하고 무서웠던 경험들을 추출하여 재치있게 연출하는 게 유난히 돋보이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영상 제작만 놓고 봤을 때 제작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도 된다는 장르 특성상 이 이후로 열화카피와 수작들이 마구마구 쏟아지기 시작하고 장르가 점점 밈화되면서 '아날로그호러 특징들ㅋㅋ' 하고 돌아다니는 영상들마저도 호러로서 기본에 충실히 만들어져있는 편.
특히 eas호러 장르에서만큼은 열화카피본들도 썸네일만큼은 훌륭함..
아무튼 개인적으로 장르 특유의 효율과 위트를 통해 영상연출분야에 더 애착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주로 코스믹호러를 다뤄서인지 미지의 괴물을 설명하기 위해 친숙한 것을 낮설게 조명하는 게슈탈트붕괴의 매체화로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기존에 알던 호러물과 다른 점이라면 불쾌감보다 '불안'을 유도한다는 점. 남루한 얼굴을 들이밀면서 꽤애액 소리지르는 불쾌하고 킹받는 서프라이즈와는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깜놀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귀가 떨어져라 소리를 지르지는 않습니다. 아날로그 호러에서의 조용함은 놀래키기 위한 전조만이 아니라 오히려 조용함을 핵심으로 삼는 편.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며 돌격하는 장면보다 어둠 속에서 당신을 응시하는 긴장감, 괴물에게 쫒기는 당신의 관점을 주로 다루는 장르가 아날로그 호러를 비롯한 현대 심리호러의 트렌드인 것 같다.
아날로그호러를 다루는 채널과 영상들은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 쇼킹했던 채널 3가지의 리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로컬58: https://youtu.be/-S5Qo84D_NA
한국어 해설: https://youtu.be/qzUCXQf7c5I
유튜브를 기반으로 삼는 아날로그 호러 신드롬의 조상님격이면서도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아 나폴리탄 괴담, 웹툰 등에 많은 영향을 준 현대 인터넷 호러의 뮤즈격 채널.
한창 나폴리탄 괴담이 유행하던 시절 트위터에서 Weather service의 한글 번역본을 처음으로 봤는데 사운드 연출 하며 안내문과 시를 오가는듯한 지문들로 이루어진 소프트 호러가 당시엔 무지 센세이셔널했던 감상입니다..
이후에 나온 다른 수작채널들에 비하면 로컬58은 다소 밍숭해진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봤을 때 각각 기본에 충실하고 센스있는 작품들임은 변치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real sleep의 사람얼굴 뒤죽박죽 연출이 제일 센세이셔널했어요.
인물 사진의 입을 세로로 뒤집기만 해도 제법 uncanny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꼼수를 배우게 되었죠.. :)
미국이 패전했으니 방송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민으로서 목숨을 버리게 지시하는 내용의 Contingency 는 미국을 패전시킨 불가항의 세력에 대한 코스믹호러 뿐만 아니라 실제로 2차대전 일본 제국군 간부세력이 옥쇄를 강요한 것과 같은 사례들을 떠올리게 하는 집단주의의 섬뜩함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Real sleep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완벽히 통제되고 가성비 좋은 초인을 만들려는 온갖 시도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네요.
덧붙여 Contingency에서 북미 호러를 관통하는 특징을 읽을 수 있는데 나중에 따로 적겠습니다.
제미니 홈 엔터테인먼트: https://youtu.be/6gCUsOfgjvs
직접 연기도 하고 세트장도 만들고 게임까지 만들어놓는 지점에서 기술좋은 사람들이 열심히 정성을 기울인 게 보이는 수작 채널이에요.
대략적으로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띄고 해왕성에서 파괴광선을 타고 온 각양각색(?) 괴물들이 이곳저곳 심지어는 바닷속에도 진을 쳐 가택에 침입해 사람들을 해치고 육체와 목소리를 빼앗아 연쇄적으로 희생자를 만들고 사람들을 감염시켜 먹이로서 사냥하고 재배한다는 세계관을 야영장 홍보물, 보고용이나 개인적인 기록물처럼 연출하는 시리즈물입니다.
제가 쫄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보다보면 두려움, fear라는 단어를 상기시킬만큼 등골이 서려오는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위성 아이리스(안구의 홍채라는 뜻도 있음)가 웃는 장면의 표현이나 곰이 괴물로 변하는 장면, 괴물에게 당해 혈관다발로 변해버린 인간이 눈동자를 살짝 움직여 카메라를 쳐다보는 장면들이라던지요..😶
코스믹호러답게 어둠 속에 괴물을 숨겨놓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때문에 좀 불친절하다는 후기를 실시간으로 보기도 했고 저도 못다 이해한 채 매실님께 오직 연출과 분위기만으로 추천했던.. 👀
그래도 갠찮음. 덧글창에 사람들이 다 설명해줌. 차라리 그쪽이 잼있음.
개인적으로 거기 나오는 괴생명체들 중 Nature's mockery(자연의 농간질 또는 자연의 모조품)이라는 네이밍센스를 잊을 수가 없었어요.
후술할 만델라 카탈로그에서 다루듯 육체와 자아의 찬탈이라는 주제는 정말 매력적인 주제인 것 같와요.. 우리 안에 내재된 존재론적 공포에 스트레이트훅을 갈겨버리거든요..
일반인과 구분이 안되는 외모와 목소리 흉내를 포함해 말빨을 겸비한 뉴타입 좀비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3
좀비물이 이제는 아포칼립스와 핵앤슬래시를 충족하는 장르로 굳어가는 세계관다운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장산범같은 종류들 역시 흥했던 것도 현대호러의 특징으로 연관지어볼 수도 있겠어요.
주로 심리적이고 조금은 철학적이기도 한 지점이 현대인에게 두렵게 느껴지는 것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존재론적 두려움은 상류층의 고민이란 말이 있듯 주요 소비자층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기 때문일지도..)
근데 이 자아를 찬탈하는 얘기는 만델라카탈로그 후기를 먼저 쓴 다음에 적었어야 했는데
만델라 카탈로그: https://youtu.be/C8d12w6pMos
한국어 해설: https://youtu.be/Q093VB3-bjY
그간 쌓인 아날로그 호러 데이터베이스를 작가의 센스를 통해 엑기스로 뽑은 듯한 느낌.
만약 노아의 방주에 타선 안될 존재가 타버렸다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하는 존재가 천사가 아니었다면?
과 같이 성경의 내용을 응용해 북미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크리스천들의 근본을 뒤흔드는 사이드스토리 에피소드와 함께
도플갱어를 포함한 얼터네이트라고 하는 인간형 괴물들이 나타나 마주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게 만들고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위협에 처해있는 가상의 행정구 만델라 카운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상의 구성은 대체로 심플하나 심플이즈 베스트라고, 효율적인만큼 독보적인 연출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작자 왈, 종교의 미스테리한 부분과 어렸을 적 무서웠던 것들을 재구성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똑같이 웃긴 얘기를 해도 찰지게 말하는 사람이 있듯이 무서운 것도 얘기하기 나름이라 만델라 카운티에는 세련되었지만 세련된만큼 기묘하고 섬뜩한 연출들로 가득합니다.
성경을 소재삼은 사이드 스토리는 저같은 신성모독 소비자 말고 찐 신앙인의 리액션을 보고싶다는 아주 불경하기 짝이 없는 생각도 들고 그렇네요.. 👀
개인적으로 세련됨이 돋보이는 부분은 도플갱어를 제외한 얼터네이트는 인간형 괴물이지만 선천적 돌연변이, 질병이나 상해와 같이 어떤 이유로든 실제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외형적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설정해 좀비나 오크와 같은 기존의 인간형 괴물이 지고 있던 부도덕한 기원의 리스크를 피하고자 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 >팬게임< 만델라 카운티에 얼터네이트 사진으로 쓰인 인물사진들은 소지가 있을지도..😅)
느닷없이 불편할 수 있는 아무말이었지만 사악한 인간형 몬스터를 창작하거나 소비하는 데 있어 곁다리처럼 알아두는 정도는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핸디캡을 염두에 두면 새로운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도. :3
제미니 홈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얘기했듯 여기서도 사람의 모습을 빼앗는..다기보다도 피해자의 존재를 대체하는 공격적인 괴생명체 얼터네이트를 소재삼고 있는데 아무래도 미국의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을 자극하는 것을 근본으로 타인을 의식하는 동아시아 가치관에도 와닿는 공포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본질에서 아 다르고 어 다르고 개인마다 해석도 다양하겠지만 동아시아 토박이인 내가 '만약 내가 아는 사람이나 그의 목소리가 더이상 그가 아닌 위협적인 존재로 변해버렸다면'에서 공포를 느낀다면 제작자이자 주 타겟층인 미국사람들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외부의 존재가 나를 죽이고 내 인두껍을 빼앗아 내 주변을 위협한다면' 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는거겠져..? 🤔
집까지 습격해와서 몸과 존재 그 자체를 빼앗고 그걸 위해 사냥감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불가항의 괴물들도 그렇고 로컬58의 Contingency에서 집단주의를 표방하는 위협까지 개인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까 복고의 감성으로 북미호러의 연장선을 현대의 템포로 연출하는 장르라는 결론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장르임에도 아날로그호러가 컬쳐쇼킹한 장르인 이유는 스토리보다 작가의 기획력이랑 연출 보려고 보는 장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어가는 미디어의 본질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날로그 호러 후기의 후기
호러 면역력이 많아 죽어서 그런가 자료 찾아보면서도 간담이 쫄리고 흠칫흠칫 놀랐지만
만델라카탈로그랑 로컬58이 거의 동시에 시즌 2를 예고했는데 언제쯤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3
장르의 선지자 아니랄까 로컬 58의 경우 무려 >>디지털<<을 선언했고말이죠!
https://youtu.be/IXPN_skLYH8
제미니 홈 엔터테인먼트는 뭔가 또 새로운 게 올라와있네요.
근데 또 각잡고 만든 페이크푸티지는 기빨려서 별로 손이 안간다. 걍 영상 길이가 길고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완주함으로써 바로 결말을 볼 수 있어서 그런가.🤔
그래도 서치는 정말 좋은 작품이었어요.
https://namu.wiki/w/%ED%8C%8C%EC%9A%B4%EB%93%9C%20%ED%91%B8%ED%8B%B0%EC%A7%80
페이크푸티지, 파운드 푸티지 영화 목록은 링크에 있습니다